"Bluebook 안에 Desmos가 들어 있는데 TI-84도 챙겨 가라고 하니, 아이가 시험장에서 어느 걸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상담에서 이 말을 들으면 저는 늘 같은 자리를 짚습니다. 무엇을 사느냐는 이미 끝난 고민이고, 진짜 어려운 건 그다음입니다. 손에 든 도구가 둘인데 어느 쪽을 집을지 정해 두지 않으면, 학생은 그 판단을 시험장에서 문항마다 새로 해야 합니다.
저도 두 아이의 그래픽 계산기를 고르느라 한참을 검색했고, 8년간 국제학교 학생의 SAT 수학을 1:1로 지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학생 옆에 앉아 지켜보면 점수가 새는 자리는 기종이 아니었습니다. 화면 속 Desmos를 열었다 접고, 다시 책상 위 계산기로 손을 뻗고, 그러다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3초씩이었습니다.
도구가 둘이면 문항마다 판단이 한 번씩 더 붙습니다
Digital SAT1 수학은 44문항을 70분에 풉니다. 한 문항에 평균 95초입니다. 어느 계산기를 쓸지 고르는 데 3초씩만 써도 한 시험에서 2분이 넘게 사라집니다. 마지막 세 문항을 못 풀고 나오는 학생에게 2분은 작지 않습니다.
시간보다 더 아까운 손해는 따로 있습니다. 도구를 바꾸는 동안 학생의 머릿속에서 문제의 조건이 한 번 흐려집니다. 그래서 창을 접고 나면 문제를 다시 읽게 됩니다. 사라지는 것은 3초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에게 늘 하는 말은 짧습니다. 도구를 고르는 판단은 시험장이 아니라 평소 훈련에서 끝나 있어야 합니다. 시험장에서는 이미 정해진 대로 손이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2026년 8월 규정 기준으로, Digital SAT는 시험 앱인 Bluebook2 안에 Desmos3 계산기를 넣어 두고 개인 계산기는 선택으로 둡니다. 가져간다면 non-CAS4 계산기여야 합니다. 어떤 모델을 살 수 있고 시험별로 규정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국제학교 계산기 가이드 2026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그 뒤에 남는 질문만 다룹니다 — 둘 다 손에 있을 때 무엇을 집느냐.
Desmos가 빠른 자리 — 답이 숫자가 아니라 그림일 때
Desmos가 확실히 앞서는 곳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답을 얻으려면 계산이 아니라 모양을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교점이 몇 개인지, 두 부등식이 겹치는 영역이 어디인지, 흩어진 점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계수를 바꾸면 그래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사 유형 예제입니다. 실제 시험처럼 영어 원문으로 적었습니다.
In the -plane, consider the graph of the quadratic function and the graph of the absolute value function . At how many points do these two graphs intersect?
손으로 풀면 절댓값을 두 경우로 쪼개야 합니다. 일 때는 , 일 때는 . 각각 근이 두 개씩 나와 네 개처럼 보이지만, 자기 범위 안에 들어오는 근은 두 개뿐입니다. 정답은 2입니다.
여기서 학생이 놓치는 대목은 how many points입니다. 방정식의 해를 다 세어 4를 적습니다. 범위 확인을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Desmos에 두 식을 그대로 입력하면 포물선과 V자가 만나는 자리가 눈에 보입니다. 세는 데 20초면 충분하고, 범위를 따질 일도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아래 유형도 Desmos 쪽이 낫습니다.
- 두 부등식의 해가 겹치는 영역을 묻는 문제 — 겹친 부분이 색으로 드러납니다
- 표로 주어진 자료의 산점도와 회귀5 직선을 다루는 문제 — 표를 그대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 계수 자리에 문자를 두고 값을 바꿔 가며 조건이 맞는 지점을 찾는 문제
- 손으로는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 삼차·지수 함수의 교점
개인 계산기가 나은 자리 — 화면을 가리지 않고 손이 먼저 움직일 때
TI-846 같은 개인 계산기를 가져간 학생이 이득을 보는 자리는 기능이 아니라 몸에서 나옵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산기가 시험 화면 밖에 있습니다. Desmos는 문제 위에 창으로 열립니다. 창을 옮길 수는 있어도 화면은 그만큼 좁아집니다. 책상 위 계산기는 문제를 한 줄도 가리지 않습니다.
둘째, 학교에서 2년 넘게 같은 키를 눌러 온 학생은 화면을 보지 않고도 누릅니다. 시험장에서 도구를 새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셋째, 앞 문항에서 두드린 값이 계산기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검산할 때 처음부터 다시 입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유사 유형 예제입니다.
A data set consists of the 9 values listed here: 27, 15, 44, 18, 12, 33, 22, 21, and 15. By how much is the mean of the data set greater than the median of the data set?
평균은 입니다. 중앙값은 아홉 개를 크기순으로 늘어놓은 뒤 다섯 번째 값이니 21입니다. 답은 2입니다.
여기서 미끄러지는 자리는 median입니다. 숫자가 적힌 순서대로 이미 정렬돼 있다고 여기고, 가운데 놓인 12를 중앙값으로 적는 학생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Desmos로도 풀립니다. 표를 만들고 목록 이름으로 평균과 중앙값을 부르면 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통계를 TI로 다뤄 온 학생은 그 목록을 눈 감고도 채웁니다. 게다가 표를 만드는 동안 문제에 적힌 값 아홉 개가 Desmos 창 뒤로 들어갑니다. 같은 일을 하는 두 도구 앞에서 속도를 가르는 건 기능이 아니라 손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학교에서 계산기를 거의 쓰지 않던 학생이 SAT 때문에 새로 사서 두 달 만에 익히려는 것은 대체로 손해입니다. 그 두 달은 Desmos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계산기를 켜는 순간 지는 문제 — 여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계산기를 켜는 순간 시간을 잃는 문항이 있습니다. 출제자는 그런 문항을 일부러 섞어 둡니다.
유사 유형 예제입니다.
The system of two linear equations and has exactly one solution , where and are real numbers. What is the value of ?
두 계산기 모두 이 문제를 풀어 줍니다. Desmos에 두 식을 넣으면 교점 가 뜨고, 개인 계산기로도 연립방정식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각각 40초쯤입니다.
그런데 아래 식에서 위 식을 빼면 입니다. 양변을 2로 나누면 . 5초입니다.
문제가 묻는 것은 도 도 아니고 x + y였습니다. SAT에는 이런 물음이 자주 나옵니다. 개별 값을 구하지 않아도 답이 나오도록 설계해 두고, 손이 먼저 계산기로 가는 학생만 두 값을 다 구합니다. 출제자가 노리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입니다.
계산기를 켜지 않는 편이 빠른 자리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보기 네 개에 한 번씩만 대입해 보면 끝나는 문제
- 처럼 눈에 보이는 인수분해
- 묻는 것이 개별 값이 아니라 · 같은 조합인 문제
- 답이 정수라고 조건에 적혀 있는 문제
문제를 끝까지 읽기 전에 손이 먼저 나가는 습관은 한국 학생에게 특히 자주 보입니다. 그 습관이 어디서 점수를 갉아먹는지는 SAT 수학 800점 — 한국 학생이 자주 틀리는 5가지 함정에 다섯 갈래로 나눠 두었습니다.
도구 지도는 평소에 그려 둡니다
시험장에서 고민하지 않으려면 자녀에게 자기만의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출발점으로 쓸 표를 아래에 두었습니다.
| 문항에서 보이는 신호 | 먼저 집을 도구 |
|---|---|
| 그래프 두 개의 교점·개수 | Desmos |
| 부등식이 겹치는 영역 | Desmos |
| 표로 주어진 자료·산점도 | Desmos |
| 값 목록의 평균·중앙값 | 손에 익은 쪽 |
| 앞 문항 계산을 이어서 쓸 때 | 개인 계산기 |
| 묻는 것이 같은 조합 | 맨손 |
| 보기 대입 한 번이면 끝 | 맨손 |
| 눈에 보이는 인수분해 | 맨손 |
이 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초를 재 보면 두세 줄은 바뀝니다. 자녀의 표는 이렇게 만듭니다.
- 세 글자로 표시합니다. 최근 모의 한 회의 44문항 옆에 D(Desmos)·T(개인 계산기)·N(맨손) 중 하나를 적습니다. 무엇이 빨랐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썼는지를 적는 것이 먼저입니다.
- 초를 잽니다. 헷갈리는 유형은 같은 문제를 두 방법으로 풀고 시간을 재 봅니다. 감으로 고르면 시험장에서 또 흔들립니다.
- 오답노트에 칸을 하나 더 만듭니다. 틀린 까닭을 개념·계산·도구 선택으로 나눠 적습니다. 도구 선택 때문에 틀린 문항이 쌓이면 지도가 잘못 그려진 것입니다.
- 시험 2주 전부터는 바꾸지 않습니다. 새 계산기도, 새 풀이 순서도 이때는 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매쓰이터(Mathiter)에서 SAT 수업을 시작할 때는 첫 두 주를 이 지도를 그리는 데 씁니다. 문제를 더 푸는 것보다 이 작업이 먼저입니다.
제가 가르친 한 학생 — 계산기를 덜 켜면서 시간이 남았습니다
제가 가르친 한 고2 학생은 Desmos도 곧잘 다루고 개인 계산기도 학교에서 2년 넘게 써 왔습니다. 도구가 모자란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모의를 볼 때마다 모듈 17에서 서너 문항을 남기고 시간이 끝났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까닭이 보였습니다. 한 문항에서 Desmos를 열어 식을 넣다가, 뜻대로 안 되니 창을 접고 개인 계산기로 옮겨 가고, 그러다 문제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런 문항이 한 회에 열 개가 넘었습니다. 수학이 막힌 게 아니라 손이 두 번 움직인 것입니다.
3주 동안 두 가지만 시켰습니다. 첫째, 푼 문항마다 어느 도구를 썼는지 여백에 한 글자로 적기. 둘째, 다 풀고 나서 맨손으로도 됐을 문항에 동그라미 치기. 3주 뒤에 표를 펴 보니, 계산기를 켰던 문항의 절반 가까이에 동그라미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모의에서 이 학생은 모듈 1을 다 풀고도 검토할 시간이 남았습니다. 계산기를 더 잘 쓰게 된 것이 아닙니다. 덜 켜게 됐을 뿐입니다.
1:1 SAT 수학 과외에서 제가 첫 수업에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자녀가 어떤 문제에서 계산기로 손을 뻗는지, 그 문항이 정말 계산기가 필요한 문항이었는지.
이번 주에 해 볼 세 가지
- 최근 모의 한 회에 D·T·N을 적어 보세요. 한 글자씩이라 10분이면 끝나고, 44문항이면 지도의 윤곽이 나옵니다.
- 계산기를 켰지만 안 켜도 됐던 문항을 세어 보세요. 그 개수가 이번 달에 되찾을 시간입니다.
- 같은 문제를 두 번 풀고 초를 재 보세요. 한 번은 Desmos로, 한 번은 계산기 없이. 어느 쪽이 빠른지는 자녀마다 다르고, 재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Digital SAT에서 쓸 수 있는 선택지는 둘이 아니라 셋입니다. Desmos, 개인 계산기, 그리고 아무것도 켜지 않는 쪽. 세 번째를 훈련한 학생이 시간을 가장 많이 법니다.
도구를 고르느라 시간이 새고 있는지는 문제를 몇 개 풀려 보면 드러납니다. 어느 유형에서 손이 멈추는지까지 같이 보이면, 상담에서 무엇부터 손댈지가 훨씬 빨리 정해집니다.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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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SAT — 2024년부터 College Board가 종이 시험을 대신해 운영하는 디지털 SAT. 수학은 44문항 70분, 두 개의 모듈로 치러집니다. ↩
-
Bluebook — Digital SAT를 치르는 College Board 공식 시험 앱. 문제와 타이머, 계산기, 공식 참고표가 모두 이 앱 안에 들어 있습니다. ↩
-
Desmos — Bluebook 시험 화면에 내장된 그래핑 계산기. 식을 입력하면 그래프가 그려지고, 교점을 눌러 좌표를 확인하거나 표를 넣어 자료를 다룰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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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CAS — 식을 기호 그대로 인수분해하거나 전개해 정확한 대수 답을 내주는 기능(CAS)이 없는 계산기. 2026년 8월 규정 기준으로 SAT에는 CAS 계산기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
-
회귀(regression) — 흩어진 점의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직선이나 곡선을 찾는 통계 작업. SAT에서는 산점도(scatterplot)와 line of best fit 문제로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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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84 — Texas Instruments의 그래픽 계산기 계열. 국제학교 수학 수업에서 널리 쓰여, 학생이 학교에서 이미 손에 익힌 경우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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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 1 — Digital SAT 수학의 앞 절반인 22문항. 여기서의 성적에 따라 두 번째 모듈의 난이도가 갈리는 적응형 구조라, 앞 모듈에서 시간을 잃으면 닿을 수 있는 점수의 천장이 먼저 낮아집니다. ↩



